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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겔 34장 11-12절

“11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나 곧 내가 내 양을 찾고 찾되 12 목자가 양 가운데에 있는 날에 양이 흩어졌으면 그 떼를 찾는 것 같이 내가 내 양을 찾아서 흐리고 캄캄한 날에 그 흩어진 모든 곳에서 그것들을 건져 낼지라”

어느 날, 친구와의 대화 중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교회 지도자들이 신앙생활을 어렵게 만들어.” 그 말은 참 씁쓸하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더 씁쓸한 것은, 그 말이 단지 개인의 불평이 아니라 수많은 신앙인들이 공감하는 현실이라는 사실입니다. 교회의 지도자들이 오히려 상처를 주고, 양 떼를 돌보지 않으며, 책임을 외면한다면 과연 그 공동체는 건강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결코 오늘날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약 2,600년 전, 에스겔 선지자는 바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합니다. 에스겔 34장은 이스라엘의 목자들, 즉 당시의 종교 지도자들과 왕들에 대한 강한 책망과 함께, 하나님의 진정한 목자 되심을 선포하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 속에는 지금 우리에게 주시는 회복과 소망의 약속, “양 떼를 구원하시리라”는 하나님의 선언이 담겨 있습니다.

목자의 부재는 공동체의 고통

에스겔 34장은 “이스라엘의 목자들”에게 임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여기서 목자란 단순히 양을 돌보는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고대 근동에서는 ‘목자’라는 표현이 왕이나 지도자들을 지칭하는 상징적인 용어로 쓰였습니다. 이들은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백성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은 자신의 유익만을 추구했습니다.

“너희는 살진 양의 젖을 마시며, 그 털로 옷을 만들면서 양 떼를 먹이지 않았다”는 비판은 단순한 무능을 넘어서 악의적 착취를 고발하는 말입니다. 이처럼 목자의 역할이 무너지자, 백성은 흩어졌고,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으며, 누구도 그들을 찾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종교적 타락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붕괴를 의미했습니다. 이처럼 목자의 책임이 무너질 때, 양떼는 구조적인 위기 속에 빠지게 됩니다.

하나님이 친히 목자가 되시리라

급기야 하나님은 에스겔을 통해 분명하게 선언하십니다. “내가 목자들을 대적하여, 그들의 손에서 내 양떼를 찾겠다.” 이 말씀은 매우 상징적인 동시에 실제적인 선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무책임한 지도자들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으시겠다는 것이며, 이제 스스로 직접 백성의 목자가 되시겠다는 약속입니다.

“내가 내 양떼를 찾아서 구원하리라.” 이 말씀은 단순한 은유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흩어진 자들을 모으시고, 상한 자를 싸매시며, 병든 자를 강하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다시 말해, 잃어버린 공동체의 질서를 회복하시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러한 하나님의 마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예수님은 스스로를 ‘선한 목자’라 칭하시며,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참된 목자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이는 에스겔 34장의 예언이 단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메시아를 통해 완성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단지 벌을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에스겔 34장을 자세히 보면, 심판은 회복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부패한 목자들을 치우는 것은 양 떼를 위한 조치이며, 그 자리에 참된 목자가 들어서야 비로소 공동체가 온전히 회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친히 개입하시는 이유는 사랑이며, 그 사랑의 목적은 ‘양 떼를 구원하시리라’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양떼, 오늘날의 목자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혹시 신앙생활 속에서 지도자에게 실망한 경험이 있으셨나요? 혹은 반대로, 누군가의 영적인 길잡이로서 책임을 느낀 적은 없으셨나요? 에스겔 34장은 과거 이스라엘의 상황을 넘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의 양 떼이며, 동시에 누구에게 목자가 되어야 할지를.

오늘날의 목자는 꼭 목사나 성직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선생으로서 제자에게, 선배로서 후배에게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의 인도자가 됩니다. 그리고 그 인도자는 마땅히 양떼를 해치는 자가 아니라, 지키고 보살피는 자여야 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말씀하십니다. “내가 친히 목자가 되어 그들을 구원하리라.” 이 약속은 단지 위로가 아닙니다. 지금의 혼란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단 한 분의 신실한 목자가 계심을 믿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에스겔 34장은 선언합니다. 하나님은 양떼를 버리지 않으신다고.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질문은 이 하나일 것입니다. 나는 지금, 어떤 목자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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