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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에 떠다니는 거대한 그림자 하나, 그것은 단순한 동물이 아닌, 수많은 민족을 떨게 했던 제국의 상징이었다."

우리가 에스겔 32장을 접할 때 마주하게 되는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바로 "큰 악어 애굽왕"입니다. 이 표현은 단지 과장된 상징이 아닙니다. 고대 근동에서 악어는 나일강의 주인이자 두려움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에스겔을 통해 애굽 왕을 큰 악어에 비유하셨다는 것은 단순한 모욕이 아니라, 당시 애굽이 스스로를 어떤 존재로 여겼는지를 반영하는 풍자적 고발입니다.

고대 애굽은 자신들을 절대 무너지지 않을 영원한 제국으로 여겼습니다. 나일강이 주는 풍요는 그들에게 곧 신성의 증표였고, 스스로를 하늘의 자손이라 칭하는 왕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듯했죠. 그런 애굽의 왕을 하나님은 악어에 빗대어 강에서 끌어내 버리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자연의 질서마저 자신들의 소유로 여긴 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경고이며, 궁극적인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분명히 하시는 선언입니다.

더 나아가 에스겔 32장은 단순히 애굽 왕 개인에 대한 심판이 아닌, 그 뒤를 따르던 여러 나라들의 운명도 함께 다룹니다. 이는 단지 국가 간의 경쟁이나 전쟁으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성경은 이 모든 것을 "죽은 자들의 세계"라는 개념으로 풀어냅니다. 이 죽음은 단순히 생물학적 소멸이 아닌, 하나님과의 단절에서 오는 영적인 폐망을 뜻합니다.

성경에서 죽은 자들의 세계, 즉 스올은 종종 하나님의 심판이 이뤄지는 중간 지점으로 묘사됩니다. 에스겔 32장은 애굽왕과 그의 무리들이 그곳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치 죽은 자들의 세계가 거대한 감옥처럼 묘사되며, 그 안에는 아시리아, 엘람, 메섹과 두발 같은 고대 강대국들이 함께 놓여 있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모든 묘사는 하나같이 무너진 교만의 말로를 상징합니다.

놀라운 것은, 큰 악어 애굽왕도 예외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스스로를 바다의 제왕, 나일강의 통치자로 여겼던 자도 결국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함께 누워야 했습니다. 이는 당시 독자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선언이었을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위엄과 번영이 곧 영원한 것이 아님을, 하나님 앞에서 모든 권세는 동일하게 무너진다는 것을 명확히 드러낸 본문입니다.

이 장면은 마치 대서사시의 한 장면처럼 펼쳐집니다. 고요한 죽음의 골짜기, 그 안에 질서 정연하게 놓여 있는 시체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복잡한 심경. 그 속에서 하나님은 무엇을 말하고 싶으셨을까요?

그것은 바로 진정한 주권은 인간의 손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잠시 동안 큰 악어처럼 군림할 수 있지만, 영원한 역사의 저울은 하나님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교만은 결국 무너지며, 하나님의 공의는 반드시 실현됩니다.

오늘날 이 본문을 읽으며 우리는 어떤 교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세계를 휘감는 경제적 강대국들, 군사적 위용을 과시하는 국가들, 화려한 외형을 자랑하는 기업과 인물들. 그들 역시 영원하지 않습니다. 큰 악어처럼 위협적일 수는 있지만, 하나님의 시간표 안에서는 한순간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혹시 삶 속에서 작은 '악어의 그림자'를 따라 살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우리가 의지하는 돈, 권력, 인정… 그것들은 마치 나일강의 풍요처럼 한때는 우리를 살게 하는 듯 보이지만, 진짜 생명의 근원은 하나님께 있습니다. 애굽 왕의 실패는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는 거울입니다.

에스겔 32장의 메시지는 무섭지만 동시에 희망적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악을 심판하시는 동시에, 그 과정을 통해 자기 백성을 새롭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죽은 자들의 세계는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가 이루어지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이 큰 악어 애굽왕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매일의 삶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살아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교만은 무너짐의 시작이며, 겸손은 회복의 출발점입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뿌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나요? 진정한 왕 되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살고 있나요? 에스겔 32장은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위대한 것처럼 보여도, 그 중심이 하나님께 속하지 않았다면 결국 죽은 자들의 세계에 누워야 할 뿐임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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