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성경을 읽다 보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지명이나 민족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세일산’과 ‘에돔’입니다. 단순히 지리적 장소나 고대 민족 정도로 여길 수 있지만, 성경 속에서 이들은 상징적인 메시지를 지닌 인물로 등장합니다. 에스겔 35장은 하나님께서 이방 민족 에돔에 대한 심판을 선언하신 본문입니다. 에돔은 이스라엘의 형제 민족이었지만, 형제를 향한 적의와 분노로 인해 하나님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 심판의 배경에는 단지 복수나 징벌이 아닌, ‘여호와 삼마’ 곧 ‘하나님이 거기에 계셨느니라’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왜 에돔이 심판의 대상이 되었는가?

에돔은 에서의 후손으로, 이스라엘의 조상 야곱의 쌍둥이 형입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길을 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두 민족 사이에는 끊임없는 갈등이 생겼습니다. 성경 여러 곳에서 에돔은 이스라엘의 길을 막고,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며, 오히려 기뻐했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오바댜 1장 10-14절 (에돔의 죄)

"10 네가 네 형제 야곱에게 행한 포학으로 말미암아 부끄러움을 당하고 영원히 멸절되리라 11 네가 멀리 섰던 날 곧 이방인이 그의 재물을 빼앗아 가며 외국인이 그의 성무에 들어가서 예루살렘을 얻기 위하여 제비 뽑던 날에 너도 그들 중 한 사람 같았느니라 12 네가 형제의 날 곧 그 재앙의 날에 방관할 것이 아니며 유다 자손이 패망하는 날에 기뻐할 것이 아니며 그 고난의 날에 네게 입을 크게 벌릴 것이 아니며 13 내 백성이 환난을 당하는 날에 네게 그 고난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환난을 당하는 날에 네게 그 재물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며 14 네거리에 서서 그 도망하는 자를 막지 않을 것이며 고난의 날에 그 남은 자를 원수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니라"

 

이러한 에돔의 태도는 단지 인간적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백성을 향한 무시와 멸시로 간주되었습니다.

에스겔 35장에서는 이러한 에돔의 죄악이 낱낱이 지적됩니다.

세일산의 멸망과 하나님의 존재 선언

에스겔 35장 5절

"네가 옛날부터 한을 품고 이스라엘 족속의 환난 때 곧 죄악의 마지막 때에 칼의 위력에 그들을 넘겼도다"

에돔은 이스라엘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공격했고, 하나님의 땅을 탐하며 넘보았습니다. 그 결과 하나님은 에돔과 세일산에 대해 철저한 심판을 선언하십니다. 이는 단순한 민족 간의 갈등을 넘어서, 하나님의 공의가 실행되는 사건으로 봐야 합니다.

세일산은 에돔의 중심 산지로, 그들의 근거지이자 자부심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에스겔 35장에서 하나님은 이 세일산을 황무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하십니다. “내가 네 성읍들을 무너뜨리며 네가 황폐하게 되리니 네가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에스겔 35:4). 하나님께서 이렇게 강하게 말씀하시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에돔은 자신들의 힘과 지리를 의지했으며, 하나님의 존재를 무시했습니다. 그러한 교만은 결국 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호와 삼마

이 장면에서 중요한 표현이 바로 '여호와 삼마'입니다. 이는 에스겔 48장에서 등장하는 말로, ‘거기에 여호와께서 계신다’는 뜻입니다. 즉, 하나님의 임재는 단지 성전이나 이스라엘 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심판과 회복의 현장 모두에 함께 하신다는 의미입니다. 세일산의 멸망 속에서도 하나님은 계셨고, 그 심판을 통해 하나님의 거룩과 공의가 드러난 것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거기에 계셨느니라’는 표현이 단순한 관찰이 아닌, 하나님의 주권 선언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의 심판 속에서도 드러나는 희망

에스겔 35장은 전반적으로 무겁고 절망적인 메시지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언제나 무의미한 파괴가 아니라, 회복과 새 질서를 향한 전환점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이방 민족조차도 하나님의 질서를 무시하고 언약 백성을 멸시할 때, 그냥 두지 않으십니다. 이는 결국 하나님이 살아 계시며, ‘여호와 삼마’ 곧 그 자리에 계신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오늘날 우리도 여러 형태의 ‘세일산’을 마주합니다. 교만, 불의, 자기중심성… 이러한 것들은 하나님의 자리를 밀어내고 자신을 높이려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러한 자리에 심판을 선언하시고, 동시에 회복의 길을 마련하십니다. 우리가 ‘여호와 삼마’를 기억하며 하나님의 임재를 인정할 때, 그 자리에서 새로운 시작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결국, 에스겔 35장은 단지 고대 에돔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삶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합니다. 하나님은 그곳에 계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바로 여기에도 계십니다. 여호와 삼마—거기에 계셨느니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