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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겔 33장은 ‘파수꾼’의 역할, ‘예루살렘의 함락’이라는 역사적 비극, 그리고 그 속에서도 여전히 울리는 하나님의 회복 메시지입니다.

  • 에스겔 33:1~11절: 하나님께서 에스겔을 “파수꾼”으로 세우신 장면과 그에게 주어진 책임을 강조하는 구절. 특히 11절의 “죄인이 죽는 것을 내가 기뻐하지 아니하고 돌이켜 사는 것을 기뻐한다”는 말씀은 본문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 에스겔 33:21절 이후: 예루살렘이 마침내 함락되었음을 전하는 소식과, 그 이후 에스겔이 다시 입을 열고 예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에스겔 33장 11절

“너는 그들에게 말하라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나의 삶을 두고 맹세하노니 나는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의 길에서 돌이켜 떠나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 이스라엘 족속아 돌이키고 돌이키라 너희 악한 길에서 떠나라 어찌 죽고자 하느냐 하셨다 하라”

이 말씀을 들었을 때, 우리는 단순히 회개의 중요성만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에스겔 33장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파수꾼’이라는 존재의 책임과 예루살렘의 함락이라는 역사적 비극, 그리고 그 속에서 여전히 울리는 하나님의 자비의 메시지가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파수꾼이란 누구인가?

군대나 성을 지키는 파수꾼은 단순한 감시자 그 이상입니다. 고대 사회에서 파수꾼은 공동체의 생명줄이자 마지막 방어선이었습니다. 위험을 미리 감지해 백성들에게 경고하는 자, 혹은 적의 접근을 알리는 자. 그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공동체 전체가 위험에 빠졌습니다. 에스겔 33장에서 하나님은 에스겔에게 바로 이 파수꾼의 사명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이미 예루살렘이 함락된 이후지만, 하나님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너는 그들에게 경고하라. 내가 말할 때 너는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합니다. 하나님이 한 번 말씀하셨으면, 그로 인해 이미 결정된 심판이 바뀌지 않을 거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에스겔 33장은 분명히 말합니다. 하나님은 죄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않으시며, 돌이켜 사는 것을 기뻐하십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파수꾼의 사명이 얼마나 무겁고도 절실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함락과 에스겔의 사명

에스겔이 파수꾼으로서 활동하던 시기는 바벨론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던 비극적인 시점과 맞물려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함락은 단순한 도시의 멸망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 정체성과 신앙의 근간이 무너지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들의 성전이 파괴되고, 왕국은 사라졌으며, 그들이 자랑하던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은 완전히 붕괴되었습니다.

바로 그 시점에서 하나님은 에스겔에게 파수꾼의 역할을 다시 강조합니다. 이미 무너진 도시. 이미 흩어진 백성. 이미 깨져버린 자부심. 하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말씀하십니다. “경고하라. 내가 다시 말한다. 경고하라.” 이는 곧, 파수꾼의 사명이 단지 멸망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회복을 준비하기 위한 사명임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됩니다. 파수꾼은 단지 소리만 외치는 자가 아니라, 메시지를 전하고 그 책임을 지는 자입니다. 에스겔이 침묵한다면, 그 피는 에스겔의 손에 있다고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반대로, 에스겔이 경고했음에도 그들이 듣지 않는다면 그들의 피는 그들 자신에게 돌아간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책임의 전가가 아닌, 책임의 분담입니다. 듣지 않음에 대한 책임은 백성에게, 말하지 않음에 대한 책임은 파수꾼에게 있다는 사실이죠.

오늘의 파수꾼은 누구인가?

에스겔 33장은 단지 고대의 이야기로 머물러선 안 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삶에서 파수꾼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가족을 향해, 공동체를 향해, 사회를 향해 우리는 외쳐야 할 때가 있습니다. 불의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회피이며,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돌아옵니다.

‘예루살렘의 함락’은 단지 물리적인 붕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가정의 해체, 공동체의 분열, 인간관계의 단절 등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무너짐 역시 우리가 경고하지 못했거나, 듣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묻고 계십니다.

“너는 파수꾼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무겁지만, 동시에 희망이 담긴 물음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아직도 우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파수꾼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질 때, 아직도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에스겔 33장은 우리에게 외칩니다. “보라, 파수꾼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그 외침은 경고인 동시에 회복의 신호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각자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내 자리에서 파수꾼으로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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