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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흐름 속에서 제국의 흥망은 단지 정치적 사건에 그치지 않습니다. 때로는 그 안에 숨어 있는 깊은 영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와 뜻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에스겔 30장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장은 ‘애굽왕의 꺾인 팔’이라는 상징적인 표현을 통해 당시 강대국이었던 애굽의 몰락을 예언하며, 이를 통해 인류에게 교만과 의지 대상에 대한 경고를 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애굽’이라는 단어를 듣고 고대 역사나 성경 속 인물로만 인식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주변에도 ‘애굽’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우리가 전적으로 의지하는 시스템들이 ‘애굽’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세계를 뒤흔든 팬데믹과 경제위기는 그 어떤 나라도 절대적인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강대국이라고 불리던 나라들도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마비, 기술 패권 전쟁 등으로 인해 혼란을 겪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현대판 ‘애굽왕의 꺾인 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들은 강하다고 여겼지만, 결국에는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유지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셈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애굽왕의 꺾인 팔’이라는 표현을 단지 옛 왕의 몰락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이는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하는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의지하는 힘은 무엇입니까? 우리의 팔은 꺾이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지는 않습니까?

애굽왕의 꺾인 팔, 권세의 종말과 하나님의 주권

에스겔 30장은 주전 6세기경 바벨론의 침공을 통해 애굽이 심판을 받는다는 하나님의 예언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장에서 가장 강력한 비유가 바로 ‘애굽왕의 꺾인 팔’입니다(에스겔 30:21-26). 팔은 권세와 힘을 상징합니다. 그 팔이 꺾였다는 것은 애굽의 국력이 무너지고, 그 힘이 더 이상 회복되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에스겔 30장 21절

“인자야 내가 애굽의 바로 왕의 팔을 꺾었더니 칼을 잡을 힘이 있도록 그것을 아주 싸매지도 못하였고 약을 붙여 싸매지도 못하였느니라"

이 구절은 단순히 육체적 부상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애굽의 힘을 꺾으셨고, 그 권세가 회복되지 않도록 허락하지 않으셨다는 점에서, 이는 인간 권세의 무력함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애굽왕의 꺾인 팔'은 그래서 단순한 재난이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이자 계획된 붕괴였습니다.

에스겔의 예언은 방향 전환의 요청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꺾인 팔을 통해 단지 강자에 대한 처벌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백성이 참된 권세와 생명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음을 깨닫게 하시고자 하십니다. 이는 심판이 끝이 아니라 ‘돌아오라’는 부르심의 또 다른 방식이었습니다.

‘애굽왕의 꺾인 팔’이 반복해서 언급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자꾸만 인간적인 권력, 안전장치, 계산된 선택에 의존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우리에게 ‘그 팔은 다시 회복되지 않으리라’고 단언하십니다. 이것은 저주가 아니라, 오히려 더 나은 회복을 위한 선포입니다. 이제는 꺾인 팔이 아니라, 전능하신 하나님의 팔에 의지해야 할 때입니다.

애굽은 악해서 망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구약에서 하나님의 심판을 읽을 때, 단순히 하나님께서 특정 민족이 ‘악했기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에스겔 30장은 단순한 선악 판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과 구속사적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애굽은 단지 죄가 많아서 심판받은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심판은 하나님의 계획과 그분의 백성인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연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쓰인 것입니다. 애굽의 멸망은 궁극적으로 “그들이 나를 여호와인 줄 알게 하리라”(겔 30:8)라는 하나님의 반복된 말씀을 통해 명확히 드러납니다. 심판조차 하나님의 이름을 나타내기 위한 도구였던 것입니다.

오늘의 애굽, 오늘의 꺾인 팔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에 우리의 팔을 두고 있습니까? 어떤 힘을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돈, 권력, 기술, 명성… 이 모든 것들이 애굽왕의 팔처럼 꺾일 수 있는 존재임을 우리는 종종 잊습니다.

한 기업인이 자신의 사업이 급격히 무너졌을 때, 그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내가 의지한 것이 돈이었음을, 그 돈이 내게 안정감을 줬던 우상이었음을 깨달았어요. 하나님은 그 팔을 꺾으심으로 나를 다시 자신 앞으로 이끄셨어요.” 이처럼 '애굽왕의 꺾인 팔'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에 던지는 하나님의 질문입니다. 진정한 힘은 어디서 오는가? 우리는 누구를 의지하고 있는가?

꺾인 팔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

에스겔 30장은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 그리고 인간의 교만에 대한 심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언서의 정수입니다. ‘애굽왕의 꺾인 팔’은 단순한 정치적 몰락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과 계획 속에서 이뤄진 구속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오늘 우리 삶의 기초가 흔들릴 수 있음을 인식하고, 오직 흔들리지 않는 반석 되신 하나님께 우리의 신뢰를 두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꺾으시는 팔은 단지 심판의 목적이 아니라, 회복과 진리로 이끄시는 사랑의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가 의지하는 그 무엇이 있다면, 하나님 앞에서 다시 점검해 봅시다. 그 팔이 꺾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무릎 꿇고 주께 나아가는 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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