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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정말 우리를 버리신 걸까요?”
바벨론 포로 생활 중인 백성들에게 끊임없이 떠오르는 질문이었습니다. 낯선 땅, 낯선 언어, 짓눌린 삶, 하나님께 택함 받은 민족이라는 자부심은 무너지고, 대신 하나님께 받았다는 절망감만 남아 있었습니다. 신앙의 자리에서 멀어졌을 때, 어쩌면 우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나요? ‘내가 하나님께 버림받은 건 아닐까?’
에스겔 11장은 바로 그때, 그런 상황 속에서 선포된 하나님의 메시지입니다. 에스겔은 예루살렘이 아닌, 바벨론에서 이 환상을 보았습니다. 포로지 한복판에서 전해진 하나님의 말씀이었기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하나님의 심판과 남은 자를 향한 약속
에스겔 11장의 시작은 예루살렘 지도자들에 대한 날카로운 책망입니다. “이 성읍은 가마솥이요, 우리는 고기라”고 말하며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착각하는 자들에게 하나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예루살렘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며, 그 죄로 인해 심판이 임할 것이라는 선언이었죠.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특권의식이 반영된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쳐서 예언하라고 하십니다. 그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다 아시는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의 생각을 아신다 하십니다.
"5 여호와의 영이 내게 임하여 이르시되 너는 말하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이스라엘 족속아 너희가 이렇게 말하였도다 너희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내가 다 아노라"
예루살렘을 안전한 가마라고 착각하고 있는 백성의 고관들을 심판을 통해, 하나님은 그들의 말을 들어서 가마 솥 안의 고기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너희들을 거기서 끌어내서 밖에서 치겠다 말씀하십니다. 그들을 보호했던 것이 예루살렘 성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이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시려고 그 성에서 끌어내어 그들을 심판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은 바로 그 다음입니다. 하나님은 포로 된 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런즉 너는 말하기를 주 여호와의 말씀에 내가 비록 그들을 멀리 이방인 가운데로 쫓아내어 여러 나라에 흩었으나 그들이 도달한 나라들에서 내가 잠깐 그들에게 성소가 되리라 하셨다 하고” 에스겔 11:16
하나님은 단지 예루살렘 성전 안에만 계신 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있는 바로 그 자리, 비록 포로의 땅일지라도, 우리가 간절히 주를 찾는 그곳에서 임재하신다는 약속을 주신 것입니다.
이 말씀은 ‘포로’의 개념을 단지 역사적 사실로 보는 것을 넘어서게 만듭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적용되죠. 무너진 가정, 병든 몸,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마치 영적 포로처럼 살아가는 우리, 그러나 하나님은 그 ‘낯선 땅’에서도 임재하시고, 거기서 우리와 다시 시작하십니다.
"내가 그들에게 한 마음을 주고 그 속에 새 영을 주며 그 몸에서 돌 같은 마음을 제거하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주어" 에스겔 11:19
또한 하나님은 에스겔을 통해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영’을 주시겠다는 약속을 하십니다. 돌같이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넣어 주시겠다는 이 말씀은 신약에서의 ‘중생’과도 연결됩니다. 죄로 인해 하나님과 멀어졌던 인간이 다시 그분과 관계를 회복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는 일’입니다. 그 변화는 외적인 환경보다 내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이 말씀은 분명히 보여줍니다.
포로 같은 현실 속에서 다시 시작되는 은혜
에스겔 11장은 단지 유대 민족의 비극을 말하는 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 가운데 남은 자, 회개한 자들을 통해 새 역사를 시작하시겠다는 하나님의 희망 선언입니다.
심판은 결코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안에는 회복과 재창조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포로처럼 느껴지는 인생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그것은 결코 하나님께 버림받은 시간이 아닙니다. 그분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계시며,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다시 하나님을 찾는다면, 그곳이 바로 성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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