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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겔 10장: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는 순간

bottlebrush 2025. 4. 1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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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영광이 떠났다는 것을 체감한 적 있으신가요?"

이 질문은 단순히 신학적인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며 느끼는 가장 무거운 공백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의 임재가 느껴지지 않을 때, 아무리 예배 자리에 앉아 있어도, 아무리 기도하고 말씀을 펴도 공허한 느낌이 드는 경험 말입니다. 저는 한때 교회 사역에 열심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 안에서 하나님이 계시지 않다는 깊은 공허를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마치 겉모양은 여전하지만 안에 계셔야 할 분이 떠나신 느낌. 바로 에스겔 10장에 나오는 상황과 매우 닮아 있었습니다.

성전을 떠나시는 하나님의 영광

에스겔 10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비극적인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머무르셨던 성전, 그 지성소에서부터 하나님의 영광(쉐키나)이 천천히 떠나기 시작합니다. 그냥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마치 미련이 남은 듯 천천히 움직이십니다.

"4 여호와의 영광이 그룹에서 올라와 성전 문지방에 이르니 구름이 성전에 가득하며 여호와의 영화로운 광채가 뜰에 가득하였고
18 여호와의 영광이 성전 문지방을 떠나서 그룹들 위에 머무르니

19 그룹들이 날개를 들고 내 눈앞의 땅에서 올라가는데 그들이 나갈 때에 바퀴도 그 곁에서 함께 하더라 그들이 여호와의 전으로 들어가는 동문에 머물고 이스라엘 하나님의 영광이 그 위에 덮였더라"

처음에는 그룹들 사이에서 영광이 떠오르고(10:4), 이후 성전 문지방을 떠나며(10:18), 결국 성전 바깥 동문에까지 이르게 됩니다(10:19). 이 이동 경로는 단순한 위치 변화가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의 인내와 슬픔을 담고 있는 장면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은 떠나셔야만 했을까요?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앞서 에스겔 8장에서 보았던 예루살렘의 우상숭배,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들의 끊임없는 죄악이 쌓여 이제는 임재조차 머물 수 없는 장소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겉으로는 제사가 계속되고 있었지만, 그 중심에는 더 이상 하나님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결코 떠나지 않으신다"고요. 물론 성경은 하나님이 신실하게 우리를 사랑하시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임재는 아무 조건 없이 영원히 머물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이기에, 죄가 가득한 곳에 언제까지나 임재하실 수는 없습니다.

당신의 예배의 목적이 거룩인가?

이 장면을 묵상하면서 저는 요즘 많은 교회들의 현실이 떠올랐습니다. 수많은 성도와 화려한 시스템, 정교한 예배 순서. 하지만 그 중심에 하나님이 과연 계신가? 하나님의 영광이 떠났음에도 아무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돌아가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면,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것은 에스겔 시대와 무엇이 다를까요?

실제로 저는 몇 해 전, 오랜 시간 출석했던 교회에서 예배 중 울컥한 감정이 올라오던 날이 있었습니다. 찬양도, 말씀도 형식은 완벽했지만, 왠지 모르게 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듯한 공허함이 느껴졌던 그날, 저는 이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님께서 성전을 떠나시며 천천히 물러가시던 모습이요.

그날 이후 저는 다시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외형적인 화려함보다 하나님께서 머무시는 '거룩한 중심'을 회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떠난 임재와 회개

에스겔 10장은 단순한 심판 선언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영광이 당신 삶 가운데 있는가?"를 되묻게 하는 거울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거룩을 사모하는 자를 찾으십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회개하며 돌이키는 자에게 다시 임재하십니다. 탄식하며 우는 자들의 회개에 귀 기울이고 계십니다. 그리고 오셔서 이마에 표를 그리십니다. 주님의 선택을 받은 자들이라고 건져 올리십니다.

비록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임재를 잃었지만, 하나님은 완전히 등을 돌리진 않으셨습니다. 에스겔 후반부에서는 결국 회복과 재건, 새로운 성전과 새로운 예배가 예언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소망이 주어집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하며, 그 영광이 머무는 삶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신앙의 시작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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